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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배우자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예외
작성일 : 2026-10-02 조회수 : 67
부정행위나 가출처럼 혼인 파탄의 원인을 스스로 만든 사람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면 법원은 이를 받아들일까. 이 질문에 대해 우리 법원은 오랫동안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잘못한 쪽이 일방적으로 혼인을 끝내고 상대를 내쫓는 결과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원칙에도 예외가 있고, 그 예외가 실제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된다.
원칙의 취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법은 이혼 사유를 정해 두고 그 사유를 만든 쪽의 책임을 묻는 체계를 취한다. 부정행위를 한 사람이 새 가정을 꾸리려고 이혼을 청구하는데 이를 허용하면, 상대는 아무 잘못 없이 혼인과 생활 기반을 잃게 된다. 법원이 이런 청구를 배척하는 것은 신의에 반하는 결과를 막으려는 것이다.
첫 번째 예외는 상대에게도 혼인을 이어 갈 의사가 없는 경우다. 겉으로는 이혼을 거부하지만 실제로는 오기나 보복 감정으로 버티고 있을 뿐 혼인 생활을 회복할 뜻이 없다고 인정되면, 책임 있는 쪽의 청구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때 상대가 별거 이후 보여 온 행동,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등이 판단 자료가 된다.
두 번째 예외는 시간이 흐르며 책임의 무게가 옅어진 경우다. 별거가 오래 이어져 혼인의 실체가 사라졌고, 그 사이 파탄 당시의 책임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사정이 바뀌었다면 법원은 청구를 허용하기도 한다. 다만 기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고, 그동안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
세 번째 예외는 상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다. 책임 있는 쪽이 별거 기간 동안 생활비와 양육비를 꾸준히 지급해 왔고, 이혼 후에도 상대가 생활에 곤란을 겪지 않도록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에서 충분한 조치를 약속했다면 이를 고려해 청구가 받아들여질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예외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도 분명하다. 파탄 후에도 부정한 관계를 계속 이어 가고 있거나, 상대와 자녀를 방치해 경제적 어려움에 빠뜨렸거나, 상대가 혼인 유지를 위해 성실히 노력해 왔다면 법원은 원칙으로 돌아간다. 어린 자녀가 있어 이혼이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신중해진다.
책임의 소재가 한쪽에만 있지 않은 사건도 많다. 양쪽 모두 파탄에 책임이 있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무거운지를 비교한다. 책임이 비슷하거나 청구한 쪽의 책임이 더 가볍다면 원칙적 제한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 소송에서는 서로 상대의 잘못을 강조하며 책임의 비중을 다투는 경우가 흔하다.
판단에서 자주 등장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혼인 기간과 당사자들의 생활 여건이다. 혼인 기간이 짧고 두 사람 모두 새 출발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청구를 허용해도 상대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여지가 있고, 반대로 오랜 기간 가정에 헌신한 배우자가 경제적 기반 없이 남게 되는 경우라면 법원은 훨씬 엄격해진다. 상대가 이혼 후 스스로 생활을 꾸릴 수 있는지가 함께 고려되는 셈이다.
이혼을 청구하는 쪽이 책임이 있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면 준비할 것이 달라진다. 별거 이후 성실하게 부양 의무를 이행한 기록, 상대의 생활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 상대 역시 관계 회복 의사가 없음을 보여 주는 정황이 핵심 자료가 된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이런 자료를 차근차근 쌓아 가는 편이 결과에 도움이 된다.
이혼을 거부하는 쪽이라면 반대의 준비가 필요하다. 혼인을 유지하려는 진지한 의사를 보여 주는 대화나 노력, 상대의 책임을 보여 주는 증거, 이혼이 자신과 자녀에게 미칠 경제적, 정서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둔다. 단순히 이혼할 수 없다고 반복하기보다 왜 혼인이 유지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설득력을 얻는다.
별거 기간 동안의 행동은 어느 쪽에게든 중요한 자료다. 청구하는 쪽은 그 기간에 상대와 자녀를 어떻게 부양했는지, 거부하는 쪽은 관계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가 그대로 판단에 반영된다. 연락을 완전히 끊었는지, 자녀의 생일이나 학교 행사에 참여했는지 같은 작은 사정도 쌓이면 태도를 보여 주는 증거가 된다.
상대가 이혼을 거부하면서도 다른 이성과 교제를 시작했다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이 경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실제로는 없다는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고, 양쪽 모두의 책임을 비교하는 구도로 바뀌기도 한다. 이처럼 파탄 이후에 생긴 사정도 판단에 영향을 주므로 사건 흐름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한다.
유책배우자 문제는 결국 개별 사정의 비교로 판가름 난다. 같은 부정행위라도 이후의 태도와 부양 이행, 자녀의 상황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어느 쪽 입장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을 함께 목록으로 적어 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협의로 정리하는 길도 열려 있다. 소송에서 청구가 받아들여질지 불확실하다면 재산과 양육 조건을 넉넉히 제시해 합의로 혼인을 정리하는 편이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 적을 수 있다. 판결보다 합의가 현실적인 해법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느 길을 택하든 상대와 자녀의 생활을 먼저 고려하는 태도가 결과를 바꾼다. 감정보다 기록이 말하게 하는 것이 어느 쪽에서든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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