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피상속인 치매와 유언 능력 다툼
작성일 : 2026-10-04
조회수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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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치매 진단을 받은 뒤에 작성된 유언장이 발견되면 가족 사이에 거의 예외 없이 효력 다툼이 벌어진다. 피상속인이 유언 당시 자신의 재산과 그 의미를 이해할 능력이 있었는지가 핵심인데, 이 판단은 진단명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치매라도 증상의 정도와 시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치매와 유언 능력을 둘러싼 다툼에서 무엇이 기준이 되고 어떤 자료가 결정적인지를 정리한다. 먼저 알아야 할 원칙은 치매 진단이 곧 유언 무효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법원은 유언을 작성한 바로 그 시점에 고인이 유언의 내용과 효과를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는지를 본다. 초기 치매라면 일상적인 판단은 가능한 경우가 많고, 증상이 날마다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진단 이후의 유언이라도 효력이 인정되기도 한다. 판단의 중심이 되는 자료는 진료 기록이다. 유언 작성 전후의 외래 기록과 입원 기록, 인지 기능 검사 결과, 처방된 약물, 의사의 소견이 시간 순서대로 검토된다. 인지 기능 검사 점수가 어느 정도였는지, 그 무렵 가족이나 의료진과 대화가 가능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따져진다. 기록이 많을수록 판단이 명확해지므로 다툼이 예상되면 병원에 기록 사본을 서둘러 신청해야 한다. 요양 기관의 기록도 중요한 자료다. 장기요양 등급 판정 자료,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의 일지, 간병 기록에는 고인이 그 무렵 식사와 대화, 외출을 어떻게 했는지가 남아 있다. 의료 기록보다 일상에 가까운 모습이 담겨 있어 판단 능력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유언의 방식에 따라 쟁점이 달라진다. 공증인 앞에서 작성하는 공정증서 유언은 신뢰도가 높지만, 고인이 유언의 취지를 직접 말로 전달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공증인이 미리 작성한 문서를 읽어 주고 고인은 고개만 끄덕였다면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아 무효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 작성 당시 고인이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가 다툼의 대상이 된다. 자필 유언은 필적 자체가 단서가 된다. 글씨체가 평소와 크게 다르거나, 문장이 비정상적으로 짧고 반복되거나, 날짜와 주소를 잘못 적었다면 판단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반대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고인의 평소 생각과 맞닿아 있다면 효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된다. 필적 감정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성년후견이 개시된 경우에는 별도의 규정이 있다.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도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는 유언을 할 수 있지만, 이때는 의사가 심신이 회복된 상태임을 유언서에 덧붙여 적고 서명해야 한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유언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우므로, 후견 개시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작성 과정에 누가 관여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특정 자녀가 공증 사무소에 동행하고 증인을 데려오고 유언 내용까지 정리했다면, 고인의 진정한 뜻이었는지를 두고 의심이 생긴다. 관여 자체가 무효 사유는 아니지만, 판단 능력이 약해진 상태와 겹치면 법원이 효력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진술도 함께 검토된다. 유언 무렵 고인을 자주 만났던 친척이나 이웃, 담당 간병인이 고인이 사람을 알아보고 대화를 이어 갈 수 있었는지를 증언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해관계가 있는 가족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어, 객관적인 기록과 함께 제시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유언 내용이 평소의 뜻과 맞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고인이 오래전부터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말해 왔고 유언 내용이 그와 일치한다면 효력을 뒷받침한다. 반대로 갑자기 평소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고 그 무렵 판단 능력이 떨어져 있었다면 의심이 커진다. 이전에 작성한 유언이 있다면 내용 변화를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녹음이나 영상 자료가 있다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유언 장면이나 그 무렵 고인과 나눈 대화가 남아 있으면 고인의 상태를 직접 보여 주기 때문이다. 다만 편집 여부나 녹음 경위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어 원본을 그대로 보관해야 한다. 치매 시기의 생전 증여나 재산 처분도 같은 기준으로 다툴 수 있다. 고인이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을 넘기거나 예금을 이체했다면 그 행위는 무효가 될 수 있고, 가족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피상속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시기별로 정리해 보면 판단 능력이 떨어진 시점 이후 이상한 거래가 집중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툼은 대개 유언무효확인 소송으로 진행된다. 법원은 진료 기록 감정을 의뢰해 전문의의 의견을 듣고, 주변인의 진술과 작성 경위를 함께 살펴 결론을 내린다. 무효가 확정되면 그 유언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법이 정한 순서와 몫에 따라 재산을 나누게 된다. 반대로 유언을 남기려는 쪽이라면 다툼을 예방할 수 있다. 유언을 작성할 무렵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판단 능력에 관한 소견서를 받아 두고, 작성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며, 유언의 이유를 자신의 말로 설명해 두면 훗날 효력 다툼의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결국 치매와 유언을 둘러싼 다툼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판가름 난다. 의료와 요양, 금융 기록을 한 줄의 시간표로 묶어 보는 것이 어느 쪽 입장이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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