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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 법관 기피 신청 요건
작성일 : 2026-10-06 조회수 : 64
재판을 받는 도중 재판장이 처음부터 유죄를 전제로 질문하는 것 같거나, 피고인 쪽 증거 신청만 번번이 기각된다고 느끼면 불공정한 재판을 받고 있다는 불안이 커진다. 이럴 때 형사전문변호사에게 법관을 바꿀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수단이 바로 기피 신청이다.
법은 공정한 재판을 지키기 위해 법관을 사건에서 배제하는 세 가지 장치를 두고 있다. 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당연히 사건에서 빠지는 제척, 당사자의 신청으로 배제하는 기피, 그리고 법관 스스로 물러나는 회피다.
제척 사유는 법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법관이 피해자이거나,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친족 관계에 있거나, 그 사건에서 증인이나 감정인으로 관여했거나, 앞선 재판이나 수사에 관여한 경우 등이다. 이런 사유가 있으면 법관은 당연히 그 재판에서 배제된다.
기피 신청은 두 가지 경우에 할 수 있다. 법관에게 제척 사유가 있는데도 재판에 관여하고 있는 경우, 그리고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것은 대부분 뒤쪽이다.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는 피고인의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도 법관과 사건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거나, 법관이 이미 편파적인 판단을 드러낸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법관이 사건 당사자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경우, 재판 도중 유죄를 확정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한 경우, 공판 외에서 한쪽 당사자와 사건에 관해 접촉한 사정이 확인된 경우 등이 문제 된다.
반면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거나, 재판 진행이 빠르다거나, 피고인에게 엄한 태도를 보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기피 사유가 되기 어렵다. 소송 지휘는 재판장의 권한이어서 그 자체를 불공정의 근거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기피 신청은 그 법관이 속한 법원에 서면이나 구두로 할 수 있다. 신청할 때는 기피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그 사실을 소명해야 한다. 막연한 불만을 적는 것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원칙적으로 소송 진행이 정지된다. 다만 급속을 요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기피 신청에 대한 판단은 해당 법관이 아닌 다른 재판부가 맡는다.
소송을 지연시킬 목적이 분명하거나 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신청은 기피당한 법관이 속한 재판부가 직접 기각할 수 있다. 판결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별다른 근거 없이 기피를 신청하면 지연 목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기피 신청이 기각되면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다. 다만 지연 목적이라는 이유로 간이 기각된 경우에는 즉시항고를 해도 소송 진행이 멈추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 두어야 한다.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법관은 그 사건에서 배제되고 다른 법관이 재판을 맡는다. 새로운 재판부는 이전의 증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판을 이어 가며, 필요하면 공판 절차를 갱신한다.
기피 신청은 재판부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근거가 약한 신청이 기각되면 같은 재판부 아래에서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므로, 신청 여부는 사유의 객관성과 사건 전체의 흐름을 함께 따져 결정해야 한다.
기피까지 가지 않더라도 재판 진행에 대한 이의를 공식적으로 남기는 방법이 있다. 증거 결정이나 재판장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 그 내용이 공판조서에 기록되어 상소심에서 다툴 근거가 된다.
법관의 발언이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공판조서와 녹음 기록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기피 사유를 소명할 때 당시 발언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편파적인 판단이 판결로 이어졌다고 본다면 상소심에서 그 점을 다툴 수 있다. 판결에 영향을 미친 절차상 문제는 항소 이유가 될 수 있으므로, 재판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이후에도 의미가 있다.
기피 신청의 대상은 법관만이 아니다. 법원 사무관 등 재판에 관여하는 직원이나 통역인에게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준용되어, 불공정한 직무 수행이 우려되면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합의부 사건이라면 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 가운데 특정 법관만을 대상으로 기피를 신청할 수도 있다. 이때도 그 법관에게 객관적인 기피 사유가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재판부가 바뀌기를 원하는 이유가 사건 배당에 대한 불만이라면 기피 제도로 해결하기 어렵다. 법원의 사무 분담에 따른 배당은 그 자체로 불공정의 근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처럼 배심원이 참여하는 재판에서는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이유를 붙이거나 붙이지 않고 특정 후보자를 배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가 따로 있다. 법관 기피와는 별개의 제도이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법관에 대한 불만이 생겼다면 형사전문변호사와 함께 그 불만이 객관적인 기피 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이의신청이나 상소로 다투는 편이 나은지를 차분히 구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감정적인 대응은 재판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기피 제도는 공정한 재판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장치이지 원하는 재판부를 고르는 수단이 아니다. 그 취지를 이해하고 객관적인 사유와 자료가 있을 때 절차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피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지키는 길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필요할 때 신중하게 쓰이는 제도일수록 그 무게가 제대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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