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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횡령죄 비자금 조성과 불법영득의사
작성일 : 2026-10-05 조회수 : 4
업무상횡령죄 수사가 비자금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무 조사나 내부 제보로 장부에 없는 자금이 드러나면, 수사기관은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에 쓰였는지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당사자들은 회사를 위해 만든 돈이고 개인적으로 쓴 것은 없다고 설명하지만, 그 설명이 받아들여지려면 조성과 관리와 사용의 각 단계가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먼저 쟁점이 되는 것은 장부 밖 자금을 만든 것만으로 범죄가 되는가다. 회사의 돈을 빼내 별도로 관리하기 시작한 시점에 이미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뜻이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면, 사용하기 전이라도 성립이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회사의 필요에 따라 쓰려고 따로 떼어 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성 사실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조성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가 갈림길이다.
조성의 목적은 속마음의 문제여서 외부의 사정으로 판단된다. 자금을 만든 방법, 만든 뒤 보관한 방식, 그 자금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의 범위, 실제로 쓰인 곳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한 가지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으므로, 각 단계에서 어떤 정황이 있었는지를 나누어 정리해야 한다.
자금을 만든 방법부터 살펴진다. 있지도 않은 거래를 꾸며 대금을 지급한 뒤 돌려받거나, 근무하지 않는 사람의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처리하거나, 매출의 일부를 장부에 올리지 않는 방식이 흔하다. 방법이 은밀하고 장부 조작이 수반되었다는 점은 불리한 정황이지만, 그것만으로 개인적으로 가지려는 뜻이 있었다고 단정되지는 않는다.
보관 방식은 더 무겁게 평가된다. 만든 자금을 회사가 관리하는 별도의 금고나 회사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계좌에 두었는지, 대표나 특정 임원 개인의 계좌나 다른 사람 이름의 계좌에 두었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회사의 통제 아래 있었고 출납 기록이 남아 있다면 회사의 자금으로 관리되었다는 근거가 된다. 개인의 재산과 섞여 구분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반대의 추정이 붙는다.
자금의 존재를 누가 알고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자금 담당 임직원이 조성과 사용을 함께 관리했고 내부 보고가 이루어졌다면 회사 차원의 자금이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사람만 알고 있었고 그 사람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었다면 회사를 위한 자금이라는 설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관여한 사람들의 진술이 서로 맞는지도 확인된다.
사용처는 판단의 중심이다. 거래처 접대나 공식 장부로 처리하기 어려운 영업 활동, 직원 격려금처럼 회사의 운영과 관련된 곳에 쓰였다는 점이 자료로 확인되면 개인적으로 취하려는 뜻을 인정하기 어렵다. 반면 개인의 주택 구입이나 생활비, 개인 채무의 변제에 쓰였다면 그 부분은 설명의 여지가 거의 없다. 사용처가 섞여 있다면 항목별로 나누어 평가된다.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장부 밖 자금은 성격상 증빙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디에 썼는지 밝히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썼다고 추정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수첩의 기록, 당시의 일정표, 함께한 사람의 진술, 현금 인출과 지출의 시점 대조 같은 간접 자료라도 모아 사용 경위를 복원해야 한다.
회사를 위해 썼다는 설명에도 한계가 있다. 자금이 위법한 청탁의 대가처럼 그 자체로 허용되지 않는 용도에 쓰였다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더라도 법이 금지하는 지출은 정당한 회사의 지출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사용 자체가 별도의 범죄로 문제 되는 일도 함께 생긴다.
실무자의 책임도 따로 살펴야 한다. 지시에 따라 허위 전표를 만들거나 현금을 인출해 전달한 직원은 자금의 목적과 사용처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책임이 달라진다. 지시의 내용과 보고의 경로를 보여 주는 기록이 있다면 자신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윗사람의 지시였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가담의 정도는 분명히 구분된다.
세금 문제가 함께 진행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장부 밖 자금은 대개 과세 문제를 동반하고, 세무 절차에서 한 설명이 형사 절차에서 그대로 인용된다. 한쪽에서 유리하게 한 설명이 다른 쪽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일이 있으므로, 두 절차에서의 설명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
자금이 만들어진 기간과 규모의 변화도 살펴진다. 특정 시기에 조성이 집중되었다면 그 무렵 회사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가 확인되고, 조성된 금액과 회사의 영업 규모가 어울리는지도 검토된다. 영업에 필요한 정도를 크게 넘는 자금이 오랜 기간 쌓여 있었고 그 사용 계획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회사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은 약해진다. 조성의 계기와 필요성을 당시의 사업 상황과 연결해 설명해야 한다.
업무상횡령죄 혐의가 비자금과 관련해 제기되었다면 조성 내역과 사용 내역을 각각 표로 만들어 대조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언제 얼마가 만들어졌고 누가 보관했으며 언제 어디에 나갔는지를 맞추어 보면, 설명되는 부분과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구분된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그대로 둔 채 전체가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면 설명되는 부분까지 신뢰를 잃는다.
장부 밖에 자금을 두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고, 그 자체로 회계와 세무상의 책임은 따른다. 다만 그것이 곧바로 개인적으로 취한 범죄가 되는지는 목적과 관리와 사용의 실질로 판단된다. 그 실질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이므로, 수사 초기에 자료를 모아 흐름을 정리하는 일이 이후 모든 판단의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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